우스개 소리로 먼저 시작해 본다. 필자가 공중보건의 시절, 보건지소 옆 철공소 사장님께서 치료 받으러 오셨는데 ‘선생님! 이가 썩어 빵꾸가 났는데 용접 좀 해 주세요!”라고 말씀하셔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때워주세요!’, ‘땜빵해 주세요!’, 라는 얘기는 종종 들어 낯설지 않았지만, 용접이라니...ㅎ 용접이라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닌 것이 solding이나 welding을 한국말로 풀어서 쓰면 용접의 의미가 되기도 하고, 용접을 할 때 뽀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색과 냄새 또한 동일하지 않은가? 철공소 사장님이 용접이라고 표현하신 아말감충전 또한 무색 무취한 수은증기가 나오니 유해한 연기와 증기를 작업 중에 들이마시는 것을 보면 철공소와 치과가 매 한가지다. 철공소 앞을 지나갈 때면 그라인더와 디스크로 철물 자르는 굉음에 귀를 막고, 사방으로 튀는 불꽃을 피하느라 한걸음 뒤로 물러서 돌아가게 되고, 쇠를 깎아내는 매캐한 냄새를 쫓느라 손사래를 치며 서둘러 벗어나 버린다. 치과진료실에서는 크라운을 깎아내고, 덴쳐 프레임을 깎아내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치과의사들에게는 철공소의 소음이나 불꽃들이 낯설지는 않다. 또한 치아를 삭제하고, 의치상을 삭제하면서 어
지난 추석 무렵 그리스 아테네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가 대중가요 가사에 등장하면서 대한민국은 온통 나훈아의 <Again대한민국>신드롬에 빠져들고 말았다. 시청률이 무려 40%를 넘어서면서 장안의 큰 화제가 되었던 ‘테스형!’. 서양철학의 스승격인 소크라테스를 동네 형 불러세우듯 도발적인 가사는 어찌보면 불경스러울 법도 했지만, 소크라테스를 형!으로 불렀던 가수에게 가황(歌皇)이라는 극찬의 수식어를 붙여주는데 있어 대한민국은 주저함이 없었다.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물을 수밖에 없는 존재의 이유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일갈하였거늘 ‘툭 내뱉은 말’이라 하고 ‘모르겠소’로 답한 나훈아의 ‘테스형!’ 이 외침 한마디에 많은 사람들은 신기루 같은 인생의 여정에 대해 공감과 위로를 받는 듯하다. 진료시간에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아! 테스형~~ 아! 테스형~~’의 허밍은 나 역시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고뇌의 배설이자 고백이 되어 이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하루에 한 번 이상 방문하는 편의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하나만 집어 들고 나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필요한 물건은 하나인데도 자연스럽게 2+1상품에 눈을 옮기고 결국 3개를 집어 들게 만드는 편의점의 경영설계자에게 소비자들은 지배를 당하게 된다. 머릿속에서 개당 단가를 암산하게 만드는 ‘편의점 2+1행사’는 소비자의 심리적 오류를 유발시키는 상술의 교본이 되어, 이제는 의료계까지도 깊이 파고들었기에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상업화가 진행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가 않을 것이다. 의료소비자들은 이미 편의점의 2+1소비패턴을 학습받았고, 대중교통과 온라인에서의 자극적인 과대광고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다보니 의료소비가격 역시 편의점식 암산으로 결정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트랜드로 똬리를 틀어가는 듯 하다. 임플란트 2+1행사!! 교정 50%세일!! 방학을 맞이하여! 신학기를 맞이하여!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코로나시대에 동참하며! 수능 보느라 수고한 수험생들을 위하여! 임플란트 2+1행사, 비급여진료비용 50%할인을 수단 삼아 경쟁적으로 환자를 모객하는 이면에는 광고대행업자, 사무장 같은 비의료인들의 각축장이 되어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는 듯 하다. 의료인의 인성과
에리히프롬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에서 현대사회는 ‘소유가치중심(Have)’에서 ‘존재가치중심(Be)’으로 이동한다고 하였다. 인간이 무언가를 소유하려는 욕구를 가지는 것은 현재와 미래에 대해 갖는 불안을 극복하기 위함이지만,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 이상의 소유에 가치를 두게 된다면 또 다른 장애물인 ‘고립’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프롬에 의하면 ‘소유’는 갖는 것이고, ‘존재’는 주는 것을 의미하지만 소유와 존재의 ‘욕망’은 동일하다고 한다. 많은 것을 소유하게 되면 그 만큼 나의 존재가 커질 것이라는 존재양식은, 반대로 내가 가진 ‘소유’를 잃게 된다면 나의 ‘존재’마저 사라져 버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조바심이 생겨나기에 결코 쉬운 사유(思惟)는 아닌 듯 하다. 작년 8월 1인1개소법 합헌이 이루어지면서 사무장병원들의 탐욕스러운 소유중심가치에 대해 철퇴를 가하게 되었고, 이어 31대 집행부는 지난 6월 ‘불법의료광고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것은 타인들을 착취해가는 힘과 능력을 갖고 있는 소유가치중심자들로 하여금 존재가치중심으로의 계도를 하고자 함이다. 오늘날 우수한 치과의사 후배들이 계속 유입이 되어 훌륭한 치과의사로 성장하면서 사회지도층인사로 자리매김을
야생은 먹이사슬 법칙에 따라 먹이를 구해 생명을 영위하지만, 반대로 순간의 실수로 자신 역시 먹잇감이 되어버리는 살벌한 삶의 현장이자 어떠한 연습도 허락하지 않는 냉정한 세계이다. 포식자는 먹잇감의 사지가 경련을 일으키다 경직이 되는 순간까지 목을 틀어 물어 숨통이 끊어진 후에야 본격적으로 만찬을 즐기게 되는데 어떠한 관용도 베풀지 않는다. 뻐꾸기 어미는 자기보다 몸집이 작은 딱새나 뱁새가 애써 지어놓은 둥지에 몰래 들어와 알을 바꿔치기하는 탁란 방식을 빌어 종족번식을 하게 된다. 주인집 자식을 밀어내어 죽이는 갓 태어난 뻐꾸기 새끼의 본능적인 행동이야말로 이기적인 유전자가 코딩되어 있지 않고는 존재하기 힘들지만, 이 역시 엄연한 자연의 섭리인 것이다. 야생의 법칙을 인간세상의 법칙에 도입하여 비유와 예제 삼아 인간적인 해석을 덧붙이는 것은 우리 인간에 내재된 동물적인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화자(話者)의 지나친 야생적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비유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위에 언급한 포식자와 뻐꾸기의 행동은 죽이지 않으면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는 냉정한 동물의 세계이지만 이들이 동료나 동족을 그 대상으로 삼는 일은 드물다. 얼마 전 모 전문지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바이러스가 포함된 비말타액으로부터 거리를 두자는 것이다. 상대방의 침이 나에게 튀지 않아야 하니 나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고, 상대방의 침이 묻은 물체를 혹시 내가 만질 수도 있으니 수시로 나는 손소독을 해야 한다. 내 침 역시 타인들에게 동일한 대접을 받는다. 수많은 환자들의 치과진료 과정에서 발생된 비말타액이 가득 찬 진료실. 잠깐 다녀가는 환자분들보다 온종일 그 진료실을 지켜야만 하는 치과의사들은 비말타액을 흡입할 확률이 산술적으로도 수십 배가 높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치과의사가 진료실에서 흡입하는 것이 비말타액뿐일까? 치과진료 중 발생하는 분진성 미세먼지에 결합된 중금속(수은, 니켈 등)과 화학물질(monomer 등) 역시 치과의사의 호흡기를 거쳐 가지 않는 것이 없다. 이번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덴탈마스크 한 장에 의지해 진료를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치과의사의 감염불감증에 대해 우선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치과의사가 들이마시고 있는 중금속과 화학물질들로 인한 장기중독(長期中毒)에 대해서도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동지에서 105일째 되는 날이 한식(寒食)이니 올해는 4월 5일이 한식(寒食)이다. 한식날이 되면 말 그대로 불을 사용하지 않은 찬 음식을 먹는 날이면서, 선산을 찾아 조상님들께 절기 제사인 시제(時祭)를 모시는 집들이 많다.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문공이 즉위한 후, 논공행상을 다투는 무리들에게 실망했던 충신 중의 충신 개자추(介子推)가 청빈낙도의 삶을 찾아 깊은 산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개자추를 세상으로 나오게 하여 공을 기리고자 했던 문공은 산에 불까지 놓아봤지만 끝내 내려오지 않고 불에 타 죽은 개자추를 기리는 날이 한식의 유래로 전해진다. 한식과 개자추, 논공행상의 묶음으로 31대 대한치과의사협회장 당선자의 논공행상에 대한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 두 번째 직선제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그동안 치과계의 발전을 위해 수년간 준비하며 와신상담을 해왔던 분의 당선이라 더욱 뜻깊고 회원들의 기대 역시 크다. 31대 협회장 당선자는 임원구성안을 4월 대의원총회에 상정하여 임명직 임원들을 임명하는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한정된 임원 자리를 놓고 논공행상을 위한 당선자의 고민과 더불어 희망자들의 물밑작업 또한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치과의사들이 고소득 전문직에 사회지도층 인사라는 얘기는 신문과 방송에서 수도 없이 들어왔던터라 이제는 고유명사화 되어 등식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와 함께 치과의사에게 보다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것 또한 국민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렇기에 탈세와 사회적 일탈행위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 중 유독 치과의사에게는 ‘두꺼운 돋보기’를 들이대는 언론보도가 이제는 생소하지도 않다. 고소득전문가의 수입액 통계발표에서 그동안 상위에 랭크되어 왔던 치과의사들은 일반 국민들로부터 존경보다는 ‘국가가 인정한 도둑’이라는 누명을 감내하느라 억울하기 그지없었지만, 수많은 젊은이들의 장래 희망 직종으로, 결혼상대자로 치과의사의 인기가 여전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의원실에서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한 ‘전문직 종사자의 월평균 보수’를 보면, 치과의사의 월평균 보수가 1700만 원으로 썩 나쁘지 않은 성적표가 공개되었다. 대형마트에서 지나가는 옆 사람 카트 속 물건을 곁눈질하며 자기와 비교해 보는 심리마냥 많은 치과의사들은 이번에 발표된 치과의사 월평균 보수 1700만 원을 기준 삼아 본인의 수입에 대입시켜
각종 공식행사에서 애국가 제창 후에 이어지는 묵념 시간이 되면, 참석자들은 모두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아 내리며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1분간 묵념의 예를 다한다. 이 1분간 나에게 주어지는 경건한 묵념시간 동안 나의 기도내용은 무엇이었는지 자문(自問)해 보니, 솔직히 ‘여러 가지 생각!’이었다고 자답(自答)할 수밖에 없다. 경건하게 울리는 묵념 음악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지난 8일 ‘2020 치협 신년교례회’에서도 식순에 따라 어김없이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행사 참석자들에게 안내된 묵념의 대상이 ‘순국선열’로 특정된 이유가 뭘까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2017년 1월 1일 시행이 된 ‘국민의례 규정 일부 개정령’ 제7조에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방법’이 있다. 첫째, 묵념은 바른 자세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한다. 둘째, 행사 주최자는 행사 성격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이외에 묵념 대상자를 임의로 추가할 수 없다. 묵념대상자에 제한을 둔 이유는 국가 주최 행사이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하고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국가 행사가 아닌 타 (직역)단체의 식순
몇 년 전, 한 여학생이 치아우식증을 주소(主訴, Chief complaint)로 필자의 치과의원에 혼자서 내원한 적이 있었다. 기본적인 구강검진을 하고 치료계획을 세운 다음 진료비 총액까지 산정해 주었다. 하지만 어린 학생이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 아무런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이렇게 얘기를 해 주었다가 필자는 순간적으로 무언가에 얻어맞은 것 마냥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ㅇㅇ야! 진료비가 많이 나올 것 같은데 엄마한테 여쭤보고 결정한 다음에 와서 치료받자~~”라고 얘기를 해 주었는데, 대뜸 이 여학생은 고개를 떨구면서 “저 엄마 없는데요!”라고 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이 학생에게 내가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누구나 엄마 없이 이 세상에 오는 사람이 없으니… 이 학생의 나이에 나는 엄마가 계셔서 엄마의 결정에 전적으로 따랐었던 경험을 그 여학생에게 그대로 요구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면목이 없다. 하지만, ‘엄마에게 여쭤보라’는 의미는 통상적인 최종결정권에 대한 위임의 의미로 이미 한국사회에서는 널리 통용되는 단어이지만, 무심코 던지는 나의 언어습관이 어떤 이에게는 커다란 상처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2019년 현재
2025년 6월 5일부터 6일까지 평양 조선무역센터에서 ‘제1회 평양국제치과종합학술대회 및 치과기자재전시회(2025 PIDEX)’가 개최된다. 첫날에는 류경치과병원 치과 리민철 과장의 ‘임플란트 수술(상악동 정복 길라잡이)’ 강의가, 둘째 날에는 평양의학대학 치과 원해룡 과장의 ‘임플란트 보철법’ 강의가 이루어진다. 이번 2025 PIDEX에는 북한 치과의사 200여 명과 러시아, 중국, 몽골, 미얀마 등 5개국 외국 치과의사가 참가하여 임플란트 시술과 보철에 관한 최신 지견을 접하는 것은 물론 보건성치과종합병원 미용외과에서 개발한 CAD/CAM/CAS를 이용한 보철물 설계의 직접 시범시술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가상의 신문기사는 필자가 5년여 북한사업을 하면서 꿈꿔왔던 남북 치과 교류의 희망사업을 예시하여 가상으로 기사를 만들어 본 것인데 독자분들이 허무맹랑한 가정으로 받아들이실 지는 모를 일이다. 2025 PIDEX에서 북한 치과의사 연자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케이스와 논문을 바탕으로 내국인과 외국인 치과의사들에게 최신 임플란트 강의 및 실연(Live Surgery)이 펼쳐지기를 고대하며 글을 시작해본다. 만약 남북관계가 해빙무드로 진입해 조만간 남한
사람은 왼손과 오른손 각각 다섯 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태어난다. 물건을 다루고, 식사를 하고, 일을 하고, 칭찬과 약속의 증표로 새끼손가락을 걸어보고…심지어 욕을 할 때에도 사용하는 손가락은 가히 만능이다. 안중근 의사는 조국을 구하기 위하여 단지동맹하여 ‘조선의 독립을 원한다’는 혈서로서 비장한 각오를 표현하였고, 불교에서는 견지망월(見指忘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이라 하여 손가락 자체의 기능보다는 목적을 가리키는 매개적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치과의사들은? 치과의사에게 손가락이 소중하고 각별하다는 것은 불문가지로 일반인의 손가락보다 더욱 섬세하고 정교한 조작을 하도록 훈련되어진 치과의사의 손가락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여진다. 핸드피스를 손에서 놓는 것은 은퇴를 의미하는 은유적 표현으로, 죽는다는 의미의 ‘숟가락 놓다’처럼 ‘핸드피스를 내려 놓는다’는 것은 치과의사 직업의 사망선고를 뜻한다. 매일 세 번 숟가락을 드는 것 이상으로 핸드피스와 기구들은 한시도 치과의사의 손을 떠나지 않고 있으니 치과의사의 손가락은 직업의 의미를 넘어 많은 상징적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른손 중지에 박힌 굳은살을 훈장처럼 여기며 살